안면마비란 말 그대로 안면이 마비된 증상이다. 


원인은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뉘는데 

중추성은 뇌출혈·뇌경색 등 뇌 자체의 문제로, 

말초성은 뇌를 빠져나온 말초신경인 안면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이중 대표적인 말초성 안면마비는 벨마비, 람세이헌트증후군이다. 이 둘의 차이점은 바이러스다. 

벨마비는 특발성으로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나 최근 제1형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얼굴 근육을 지배하는 안면신경을 침범해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람세이헌트증후군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수포나 극심한 통증 등 대상포진의 특성을 갖는다. 보통 벨마비보다 람세이헌트증후군의 중증도가 더 높다.  


마비 전 이후통과 미각 저하 오기도


안면마비의 대표 증상인 구안와사는 '입과 눈이 한쪽으로 비뚤어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쪽 얼굴 근육이 마비돼 안면이 비대칭 상태가 되는 것이다. 구안와사가 발생하면 이마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지며 눈이 잘 감기지 않는다. 코 주위 근육이 수축하지 않고 팔자주름이 옅어지면서 입 주위 근육이 늘어지기도 한다. 때에 따라 귀 통증, 미각 저하, 눈물 분비 장애, 청각 과민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만약 세수나 샤워를 할 때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아 물이 들어간다거나 밥을 먹을 때 입 한쪽으로 국물을 자꾸만 흘린다면 안면마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안면마비의 전조 증상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게 이후통이다. 안면마비 발병 며칠 전부터 귓바퀴 뒤편 밑쪽에 있는 엄지손가락 윗마디 크기의 뼈(유양돌기)에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발병 2~3일 전부터 미각도 저하될 수 있다. 밥맛이 없는 상태가 아닌 혀에서 느껴지는 미각 자체가 둔해지는 증상이다.  


안면마비는 발병 후 72시간 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고 알려졌다. 다만 72시간 안에 병원을 찾는다고 해서 무조건 완쾌되는 건 아니다. 개인에 따라 이미 증상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안면마비 발생 시에는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찾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증상은 악화하고 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완전하게 재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의학에선 침·한약 등으로 치료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한의학에서는 말초성 안면마비 치료를 할 때 항염, 면역 조절, 신경 장애를 개선하는 침 요법을 우선시한다. 안면마비 회복을 돕는 봉독약침요법과 따뜻한 기운을 경락에 넣어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몸의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뜸 요법 등도 활용한다. 환자의 체질과 발병 원인에 따른 한약 요법도 함께 이뤄진다. 


침과 한약 모두 염증과 신경 부종을 가라앉히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환자의 증상과 호전 상태에 따라 안면침 요법, 매선 등의 치료를 더하기도 한다. 


환자마다 증상 정도에 따라 신경 손상 규모 등이 모두 다르므로 회복 시기를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증이 아닌 안면마비를 초기부터 적절하게 치료했다고 가정하면 회복까지 발병 후 2개월에서 2개월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이보다 짧게 걸릴 수도 있고 증상이 중하면 그 이후에도 상태가 전부 회복되지 않고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환자의 연령대, 체력 상태 등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면역력 키우고 몸 따뜻하게 해야


안면마비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도 알아두면 좋다. 일단 신체 면역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운동으로 체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한다. 또 몸이 일교차 등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지 않도록 외출 시 얼굴을 포함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간헐적으로 안면부도 따뜻하게 마사지해 준다.


등산을 비롯해 야외에서 운동할 때는 땀이 난 상태 그대로 찬바람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수면 등도 안면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적당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글: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강중원 교수

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27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