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에 걸리면 좋은 병원에 입원해서 좋은 의사에게 치료받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일반인은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알기가 사실 매우 어렵다. 흔히 환자 만족도를 조사하여 좋은 의사 평가 지표로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진이 환자 요구를 잘 받아줄수록 환자의 만족도는 올라간다.
그런 환자 만족도가 실제 진료 결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여주는 논문이 미국내과학회지에 실렸다.
이 연구에서는 병원 방문 환자 5만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의사가 얼마나 말을 잘 들어주는지, 쉬운 말로 설명해 주는지, 환자 말을 존중해 주는지,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지 등에 관해 조사했다. 그러고는 입원 다음 해 응급실 방문과 재입원 횟수, 의료 총비용을 비교 조사했다. 평균 4년간 추적 조사하면서 환자의 사망률도 살펴봤다.
연구 결과, 만족도가 가장 높은 환자가 낮은 사람에 비해 재입원율이 12%, 의료 총비용은 8.8% 높았다. 환자의 최종 사망률은 26%나 높았다. 다만 응급실 방문 횟수는 8%가 낮았다. 환자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환자 사망률이 높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의료 총비용 증가를 고려해보면, 환자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검사나 치료를 의료진이 쉽게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검사와 새로운 치료는 그에 따른 부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환자가 요구하면 무조건 다 해주는 의사는 마냥 좋은 의사가 아니다. 병의 중증을 고려하고, 진단 및 치료의 적절성을 잘 판단해서, 거절할 것은 거절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이건 친절함과 별개 문제다. 의사가 내 말을 안 들어준다고 무조건 화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health/2021/06/10/KOHTJK76LBAW3MLJBISGT5GB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