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나 들쥐 등에 의해 매개되는 ‘4대 열성 질환’ 


질병관리청은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쯔쯔가무시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발열성 감염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4대 열성 질환은 코로나19나 독감처럼 지역사회에서 ‘유행병(epidemic)’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고 단지 진드기나 설치류 등과의 접촉으로 옮아서 ‘개별 발생’하는 수준에 그친다. 야생 진드기병으로 불리는 SFTS를 빼면 사람 간 전파도 되지 않는다. SFTS도 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 환자의 혈액, 체액에 노출돼 옮거나 가족 간 전파된 사례가 국내외에서 일부 보고됐지만 크게 확산한 경우는 없다.


문제는 이들 열성 질환에 걸리면 나타나는 발열이나 오한 두통 근육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코로나19 증상과도 겹친다는 점이다. 


가을철 열성 질환은 코로나19는 물론 환절기에 유행하는 독감이나 감기,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같은 호흡기 감염병 증상과도 비슷한 점들이 많아서 병원이나 의사들 대응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열이 오르고 오한 두통 구토 등 조금만 이상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를 의심하고 선별진료소로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37.5도 이상이면 열이 난다고 하고 38도를 넘으면 고열에 해당되는데, 코로나19와 4대 열성 질환을 구분하는 발열 기준은 따로 없다. 환자 자신은 물론 의사들도 발열 등 증상만으론 구별이 쉽지 않다.


다만 열성 질환은 농작업, 등산, 벌초 등 야외 활동력과 관련이 많고 가피(벌레에 물린 후 생긴 딱지)나 피부 발진, 눈 결막충혈, 혈소판 감소, 간 수치 이상 등의 소견이 두드러지는 만큼 의사들은 해당 증상 동반 여부를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 환자들은 진료 시 야외활동 여부나 진드기·설치류 접촉 가능성 등에 대해 의사에게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 좋다.


가을철 4대 열성 질환.JPG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옮는다. 들녁의 경작지 주변 풀숲이나 관목 덤불에 많이 산다. 2013~2019년 전체 감염자(6만779명)의 91.8%가 9~12월에 발생했다. 절반 이상(53.2%)이 11월에 집중됐다. 유충에 물린 뒤 1~3주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심한 두통이 나타나고 3~7일 후 몸통, 사지에 피부 발진이 생긴다.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분홍빛 가피’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팬티 속, 겨드랑이, 오금 등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에서 흔히 발견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SFTS는 SFTS바이러스를 가진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4월부터 지속 발생하지만 2013~2019년 통계(1097명)를 보면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38도 이상 고열과 위장관 증상(오심 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 혈소판 및 백혈구 감소에 따른 혈변·혈뇨, 피로감, 근육통, 말 어눌함 등 신경학적 증상도 동반된다. 치사율은 12~47%로 높은 편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 참진드기의 밀도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55% 낮은 수준이지만 환자 발생은 다소 증가 추세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소 돼지 개 등 일부 가축과 들쥐의 소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토양에 상처난 부위가 노출돼 옮는다. 발열, 오한, 눈 결막 부종, 두통, 근육통, 오심, 구토 등 독감 유사 증상이 4~5일간 지속된다. 적절히 치료받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20~30%에 이른다. 


신증후군출혈열은 등줄쥐, 집쥐 등의 분변 오줌 타액 등을 통해 배출된 ‘한탄 바이러스’가 건조돼 있다가 먼지와 함께 공중에 떠 다니며 사람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야외활동 시 긴 소매와 바지 등으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귀가 뒤에는 옷세탁 및 샤워 등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