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의 갈래는 20개가 훌쩍 넘었다. 미국과 중국 정부 등은 거액을 후원하며 임상1·2상 단계에서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모더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컨소시엄,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컨소시엄, 중국의 시노백바이오테크·시노팜·칸시노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임상2상도 해야 하나 대부분 미국식품의약국(FDA) 등의 정식허가를 받기 전에 진행하는 임상3상을 3개월 과정으로 각각 수천명에서 최대 3만명까지 브라질이나 미국·영국·중국·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시작했거나 곧 개시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백신 접종자에게 심각한 부작용 없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중화항체가 생기고 감염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T세포도 형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와 존슨앤존슨에 각각 4억8,600만달러와 4억5,600만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컨소시엄에도 최소 3억명 분량의 백신 공급 대가로 12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컨소시엄에도 19억5,000만달러를 지원하며 1억회 투약분을 받기로 하고 추가로 돈을 내고 5억회분을 먼저 받기로 했다. 노바백스의 백신 개발에도 16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자국민에게는 공짜 또는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사들의 주장처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백신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볼 수도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선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고령층, 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 등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임상3상을 통과하고 생산설비와 유리병·주사기 등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증상 환자가 확진환자의 10배 가까이 된다는 점에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일일이 검사한 뒤 접종해야 한다. 전 세계 인구 대부분이 백신의 혜택을 받으려면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백신 효과가 모두에게 나타날지 여부와 함께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독감 백신의 경우 유행 가능성이 있는 것을 예측해 미리 생산하면서 접종자의 60~70%에게서만 효과가 나타난다. 코로나19 백신은 특정 유형을 표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나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경우에도 수개월 뒤 항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백신으로 생긴 항체가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다. 팬데믹 종식을 위해 집단면역이 이뤄지려면 인구의 60~70%에게 항체가 생겨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항체의존감염력강화(ADE), 즉 백신을 맞고 오히려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프랑스 사노피파스퇴르가 개발한 뎅기열 백신 등 일부 백신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 필리핀 등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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