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개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발생한 적이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이병률이 높고 급성형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양돈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질병이다.
따라서, 이 질병이 발생하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생 사실을 즉시 보고해야 하며 돼지와 관련된 국제교역도 즉시 중단되게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질병을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은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는데, 사육돼지와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의 야생멧돼지가 자연숙주이다. 아프리카 지역의 야생돼지인 혹멧돼지(warthog), 숲돼지(giant forest hog) 또는 bushpig는 감염이 되어도 임상증상이 없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보균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돼지 말고는 유일하게 Ornithodoros spp. 에 속하는 물렁 진드기(soft tick)가 이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다가 돼지나 야생멧돼지를 물어서 질병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가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프리카에서 1920년대부터 발생해왔으며 대부분의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풍토병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럽, 남아메리카 등에도 과거에 발생해서 결국엔 대부분 근절이 되었지만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1960년대에 풍토병으로 되어 이 질병을 완전히 근절하는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섬에는 1978년 이후 아직까지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
2007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죠지아 공화국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이래 이 지역 사육돼지와 야생멧돼지에 바이러스가 널리 전파됨으로서, 현재 다수의 동유럽 국가들에 풍토병으로 존재한다. 또한, 사육돼지와 야생돼지 집단이 널리 감염된 러시아 연방의 일부 지역에서도 풍토병으로 존재하고 있다.
2018년 1월~5월까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된 총 14개 발생국 중 10개국이 유럽(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튜아니아. 몰도바,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국가들이고, 나머지 4개국(코트디부아르, 케냐, 나이지리아 및 잠비아)이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원인체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ASFV)는 아스파바이러스과(Asfarviridae), 아스피바이러스속(Asfivirus)에 속하는 약 200nm 정도의 DNA 바이러스이다. ASFV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총 23개의 유전형(genotype)으로 구분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병원성에 따라 보통 고병원성, 중병원성 및 저병원성으로 분류된다. 고병원성은 보통 심급성(감염 1-4일 후 돼지가 죽음) 및 급성형(감염 3-8일 후 돼지가 죽음) 질병을, 중병원성 균주는 급성(감염 11-15일 후 돼지가 죽음) 및 아급성(감염 20일 후 돼지가 죽음)형 질병을 일으킨다. 저병원성은 풍토병화 된 지역에서만 보고되었으며 준임상형 또는 만성형 질병을 일으킨다.
이병률(감염된 동물의 비율)은 감염된 바이러스와 노출 경로에 따라 달라지며 자연 감염 시 잠복기는 4일에서 19일까지 다양하다. 폐사율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거의 100% 폐사되는 것이 특징이며 만성형에서는 20% 이하이다. 일부 풍토병화된 지역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돼지의 적응으로 인해 고병원성에 감염된 돼지에서의 생존률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의 전파 경로 및 방식
ASFV는 정상적으로 입이나 비강을 통해 돼지에 들어가지만 피부 또는 피하를 통해서나 진드기에 물려서, 또는 흙을 파헤치는 동작을 할 때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비발생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경로는, 특히 공항만에서, 열처리 되지 않은 돼지고기 잔반을 돼지에 급여하여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1. 직접전파
감염된 동물이 건강한 동물과 접촉할 때 발생한다. 감염성이 있는 침, 호흡기 분비물, 오줌과 분변에 바이러스가 대량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과 접촉하면 효과적으로 전파된다. 돼지가 죽은 후에도 혈액과 조직에 바이러스가 존속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동물의 조직을 포함하고 있는 열처리하지 않은 잔반을 돼지에 급여하면 신속하게 전파된다. 부검 중 또는 돼지들끼리 싸우는 중에 흘린 피, 혈액이 섞인 설사 등으로 인해 환경에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오염될 수 있다.
2. 간접전파
환경에 저항성이 강한 ASFV가 오염된 차량, 사료 및 도구 등 비생체접촉매개물(fomites)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다. 장거리 간접전파 방법 중 한 가지는 열처리하지 않은 돼지고기 산물로 오염된 잔반을 돼지에 급여하는 관행이다. 덜 조리된 돼지고기, 건조·훈연·염장 처리된 돼지고기, 혈액, 돼지에서 유래한 사체잔반(carcass meal) 등을 돼지에 급여하면 질병이 전파될 수 있다.
3. 매개체 전파
ASFV에 감염된 Ornithodoros spp. 물렁진드기가 돼지를 흡혈할 때 돼지에 바이러스를 전달한다. 감염된 진드기는 또한 짝짓기나 자궁내 감염 등을 통해 다른 진드기나 자손 진드기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 있다. 돼지우리에 살면서 ASFV를 유지하고 전파하는 물렁진드기의 역할은 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에서 자주 증명된 바 있다. 경진드기가 ASFV의 생물학적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증거는 없다. 모기나 무는 파리 같은 흡혈곤충도 ASFV를 기계적으로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감염된 돈 군에서의 일반적 특징 및 주의 사항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일반적 특징은 모든 연령의 돼지가 감염될 수 있고 감염된 돼지들이 갑자기 죽는 것이다. 돈군 내에서의 질병 전파(감염된 돼지의 수)는 사육형태, 관리 및 차단방역 수준에 따라 수일에서 수 주일까지 매우 크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매우 치명적이긴 하지만 구제역과 같은 다른 초국경 동물전염병 보다 전염성은 덜하다. 따라서, 포유자돈과 함께 있는 모돈과 같이 무리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돼지는 감염이 안될 수도 있다.
특히 어떤 국가나 지역에 최초로 발생하는 경우 보통 짧은 열성질환 후 높은 폐사율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발생 초기에 특히 이환된 돼지의 수가 적을 때는 진단이 쉽지 않다. 발생이 없던 농장에 소량의 바이러스가 감염되었을 때는 발열과 약간의 출혈성 림프절이 있으면서 폐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높은 폐사율을 일으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특징적인 임상 증상도 안 나타날 수 있다.
돈사 내에서 바이러스가 순환함에 따라 보다 높은 폐사율과 특징적 임상증상 및 병변이 관찰될 수 있는 폭발적인 감염은 보통 바이러스가 유입된 지 며칠 후에야 관찰될 수 있다. 따라서, 주변 농장이나 지역에 동 질병이 발생하고 있는 고위험 지역에서는 발열을 보이며 죽은 모든 돼지에 대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소규모 양돈 농장에서는 기생충이나 영양실조 등으로 4-5마리의 돼지가 한꺼번에 죽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폐사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비특이적 병변이나 폐사율이 낮게 나타날 경우에는 돼지열병(classical swine fever), 고병원성 돼지생식기소화기증후군(HP-PRRS), 돼지단독(swine erysipelas), 폐혈증성 살모넬라증(Septicaemic salmonellosis)과 돼지피부염신증증후군(porcine dermatitis nephropathy syndrome, PDNS)과 같은 다른 출혈성 돼지질병과 쉽게 혼돈할 수도 있다. 특히 돼지열병과는 거의 똑같은 임상증상과 부검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실험실적 감별진단을 통해서만 구별이 가능하다.
감염된 돈군에서의 임상증상 및 병변
임상증상은 바이러스의 병원성, 감염된 돼지의 품종(breed), 바이러스 노출 경로, 감염량 및 그 지역에서의 풍토병 상태 등과 같은 요인들에 따라 임상증상과 병리학적 병변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1. 심급성형(Peracute)
심급성형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며, 41–42°C의 고열, 식욕결핍, 무기력, 호흡항진 및 피부의 충혈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임상증상이 시작된 지 1-4일 만에 돼지가 갑자기 죽고 장기에 뚜렷한 병변이 나타나지 않는다.
2. 급성형(Acute)
2-1. 급성형의 임상증상: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이며 고병원성이나 중병원성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 거의 대부분의 감염된 돼지는 발열이 시작된 지 1주일 후에 쇼크로 죽으며 일반적으로 입과 코 주변에 기포가 관찰된다(사진 1).
2-2. 급성형의 병변
충혈성 비장비대증: 비장의 크기가 정상보다 6배까지 커질 수 있는 특징적인 충혈성 비장비대증을 나타내는데, 이때 비장 변연부가 둥그렇게 되고 만져보면 무르고 검보라색이며 복강 전체를 차지할 만큼 커질 수 있다.
출혈성 림프절: 주로 위와 간 및 신장의 림프절 수질에 출혈을 나타내며 따라서 이환된 림프절 단면부위가 가끔 대리석 양상을 보인다.
각종 장기에 점상출혈: 신장의 수질부위와 신우, 그리고 방광 점막, 심외막, 심내막 및 흉막 부위에 점상출혈이 있다.
3. 아급성형(Subacute)
아급성형은 중병원성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며 이환된 동물은 급성형에 감염된 돼지와 유사하나 덜 뚜렷한 임상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아급성형에서 보이는 출혈이나 부종 같은 혈관성 변화들은 급성형에서 보고된 것보다 훨씬 더 심하다.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심한 혈소판 감소증의 발현과 관련이 있는 출혈은 이 질병의 초기와 중기 단계에서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유산이 아급성형의 첫번째 임상증상이다. 이환된 돼지들은 보통 7–20일 이내에 죽고 폐사율은 30~70% 범위에 달한다.
4. 만성형(Chronic)
저병원성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다른 유형과 달리 만성형은 혈관 병변이 없고 섬유소성 흉막염 또는 심낭염, 흉부유착, 괴사성 폐염, 섬유소성 관절염/관절주위염 및 괴사성 피부병변 뿐만 아니라 편도선과 혀에 괴사 부위과 같은 세균이 연루된 병변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성형은 스페인, 포르투갈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관찰되었지만 아프리카나 사르디니아과 같이 장기적으로 바이러스가 존재했던 나라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다. 따라서, 만성형은 1960년대에 스페인 등 이베리아 반도에서 수행한 백신접종 연구에 사용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자연적 진화를 거쳐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진단 방법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실험실적 진단법으로는 혈액 및 내부 장기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방법과 감염돈의 혈청에서 항체를 검출하는 방법이 있다. 바이러스 검출법으로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비롯하여 직접면역형광법(DIFT), 항원검출 ELISA가 있다. 또한, 가검물에서 직접 바이러스를 분리할 수 있으며, 혈구흡착검사를 통해 ASFV의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바이러스 분리를 위한 혈액은 초기 발열 증상이 있을 때 채혈한 검체가 이상적이며, 비장 및 림프절과 같은 장기는 냉장상태로 실험실에 의뢰하면 된다. 감염돈의 혈청을 이용한 항체를 검출법은 OIE-ELISA(간접법)와 상용화된 항체검출용 ELISA를 이용하여 1차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면역탁본법(IB), 면역과산화효소시험(IPT), 간접형광항체법(IFA)을 통해 최종 평가할 수 있다.
항체 검사용 혈청은 감염 후 8~21일 이내의 회복기 돼지 검체가 좋으며, 용혈된 검체는 위양성 반응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판독에 주의해야 한다. ASF는 질병의 진행 단계가 빠르고 다양하며 불현성 감염된 돼지도 존재할 수 있으므로 실험실에서는 반드시 항원 및 항체검사를 함께 수행하여 정확하게 감염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http://www.qia.go.kr/animal/prevent/ani_africa_pig_fever.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