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은 조교, 연구원, 간사 등 다양한 노동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장학금의 형태다. 근로장려금 등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근로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연말정산’ 개념으로 반드시 챙기는 일이지만, 대학원생은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원생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대학원생들은 대학에서 조교, 연구(보조)원, 간사, 학부생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 등 다양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들이 받는 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대부분 ‘장학금’의 형태를 띠고 있다.


대학원생의 노동에 대한 대가가 장학금으로 지급되는 경우 그 노동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한 대학에서 교수의 지시에 따라 사물함 만들기 작업을 하던 미술교육과 대학원생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큰 상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대학은 해당 대학원생이 노동계약을 맺는 행정조교가 아니라 장학금을 받는 장학조교라는 점을 들어 산재 처리 및 치료비 지급을 거부하다가,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그제야 산재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노동의 대가들은 ‘기타소득’이나 ‘사업소득’이라는 낯선 형태로 대학원생의 수익이 된다. 정부 지원 사업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일하며 받은 수당, 기업·지자체·시민단체 등에서 강의를 하고 받는 특강료,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기고한 글의 원고료 등이 기타소득에 포함된다. 이때 원천징수세율(8.8%, 2019년 기준)에 따라 일정 금액이 공제되는데, 대학원생은 대체로 소득이 많지 않으므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이 공제액을 거의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거나,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겨버리는 대학원생이 많다는 점이다.


근로장려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라도 종합소득세 신고는 필수다. 그런데 어떤 대학원생이 학내외에서 다종다양한 노동을 수행했음에도, 그 노동의 흔적이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학원생이 수행하는 노동의 상당 부분이 ‘비(非)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원생 동료의 경우 근로소득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근로장려금 신청 대상에서 누락되었는데, 그는 최근 몇 년간 한 학회에서 간사로 일해왔다. 그런데 그 학회가 사단법인이나 임의단체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 지급된 월 10만~20만 원의 간사 임금 또한 합법적 ‘수입’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대학원생 동료는 학내 사업단에서 수년간 행정 일을 맡아왔는데 그 임금을 장학금의 형태로 받았다. 2년이 넘는 동안 주 5일을 출퇴근하며 근무했던 그의 노동 역시 법적으로는 없던 일이었다. 다행히도 주말에 백화점에서 교복 판매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서 그는 근로장려금의 극히 일부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비제도화·비가시화되어 있는 대학원생 노동의 성격은 경제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학원생들은 실제로는 실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학생이니까’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왜소한 자기상(像)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대학원생 각자가 환급받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경제적 주체로서의 권리 찾기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근로장려금 또한 청년 세대로서 대학원생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오래된 법언(法諺)도 있지 않던가. 우리가 돈이 없지, 권리가 없냐?



출처: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4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