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휴대폰을 끄고 여러분의 마음을 여세요(Please turn off your cell phone and turn on your heart).”


타즈 에살렌이라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깜찍한 개막 선언으로 제10회 ‘위즈덤 2.0’ 행사의 막이 올랐다. 장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 힐튼호텔. 세계 25개국에서 온 2,500여 명이 호텔 그랜드볼룸을 가득 메웠다.


일종의 ‘명상 콘퍼런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명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우선 첫 번째로 놀라웠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성공한 IT 기업 출신 참석자가 많다는 점이었다. 실리콘밸리에 불고 있는 ‘명상 열풍’의 한 단면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0년 ‘위즈덤 2.0’이 시작될 땐 400명 정도 참가했다고 한다. 이런 모임이 10년째 참석자 수로만 봐도 6배 이상 늘며 성공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배경과 비결은 무엇일까.


‘위즈덤 2.0’이 등장한 배경은 ‘기술과 지혜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휴대폰 이용자가 이미 50억 명에 육박했다. 그 기능도 날로 발전해 이미 컴퓨터를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고기능의 컴퓨터를 개개인이 손에 들고 다니는 셈이다. 그런데 IT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삶의 변화는 양면적이다. 생활의 편리함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증대되었지만, 그와 함께 풀어내야 할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었다. 가족들이 저녁에 함께 모여 TV를 보는 풍경은 옛날이야기의 한 장면이 되었다. 너도나도 자기만의 컴퓨터에만 눈과 귀를 집중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찾고, 밤에 이불 속에서 잠이 드는 순간까지 검색을 멈추지 않는다. 검색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제 인간을 ‘검색 기계’라 불러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많은 정보가 지금 나의 행복을 보증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위즈덤 2.0’ 설립자이자 진행자인 소렌 고드헤머도 ‘검색 중독’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위즈덤 2.0’은 그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데, 책에서 고백하기를 그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늦게까지 온라인 서핑에 푹 빠져 있거나, 무슨 종교의식처럼 몇 분마다 e메일을 확인해야 비로소 안심되곤 했다. IT 기기에 하루 12시간 이상 매달려 지내는 생활을 계속하다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내가 종처럼 부리면서 오락거리로 삼았던 도구들이 어느샌가 주인이 되어 나를 위압하고 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인간관계도 엉망이고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건강과 행복까지 잃겠다.”는 단순한 깨달음이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소렌은 다니던 IT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한 달에 500달러만으로 생활하던 중 어느 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의 저자인 에크하르트 톨레가 한 말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 말고 세상이 당신에게 원하는 일을 해보라.”는 권고였다. 세상이 나에게 원하는 일이 무엇일까. 소렌에게 던져진 일종의 화두였다. 그에 대한 소렌 자신의 해답으로 펴낸 책이 <위즈덤 2.0>이었고, 그 의미를 ‘커뮤니티 간 대화’로 확장한 것이 ‘위즈덤 2.0’이란 콘퍼런스였다. 요지는 IT 기술과 지혜, 이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위즈덤 2.0’ 행사가 성공하기까지 소렌 말고도 다른 두 사람의 역할이 중요했다. 한 사람은 미국 명상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잭 콘필드이다. 다른 한 사람은 2007년부터 구글 사내 명상 교육인 ‘당신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을 만든 차드 멩 탄이었다.


소렌의 명상 선생이기도 한 잭 콘필드는 ‘위즈덤 2.0’의 정신적 리더로서 콘퍼런스 참가자들을 가장 많이 이끌고 다녔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이제 기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0년 전 작은 조직에서 시작되었지만 지혜와 자비의 마음을 훈련하는 일이 점점 크게 확산하고 있다”며 ‘위즈덤 2.0’의 지난 10년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차드 멩 탄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명상가라는 점에서 ‘위즈덤 2.0’ 콘퍼런스의 취지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위즈덤 2.0’이 시작할 때부터 줄곧 연사로 참여해온 그는 “처음에는 명상 리더와 IT 리더가 모여 콘퍼런스 형식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다양한 분야의 사람으로 확대되며 하나의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위즈덤 2.0’ 콘퍼런스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마인드풀(mindful)’ 혹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단어다. 소렌과 잭과 멩을 포함해 참석자 모두를 이어주는 끈이 바로 미국 명상계에서 만든 이 신조어다. ‘마인드풀니스’는 우리말로 ‘마음챙김’ ‘알아차림’ 등으로 번역된다. ‘마인드풀’은 마음챙김 혹은 알아차림이 된 상태를 의미하는 형용사다.


명상을 뜻하는 영어는 보통 ‘메디테이션(meditation)’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테이션에는 불교와 기독교 등 기성 종교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명상이 포함된다. 마인드풀니스는 기존의 종교적 명상과 구분하기 위해 만든 조어라 할 수 있다. 종교성을 배제하고, 과학적 효과와 표준화를 그 특징으로 내세운다.


내년부터 ‘한국판 위즈덤 2.0’을 서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2020년 3월 19~20일 서울에서 ‘위즈덤 2.0 코리아’가 열린다. 이런 사실을 샌프란시스코 행사 둘째 날 소렌이 공식 발표했다. 소렌, 잭 콘필드, 차드 멩 탄 등 ‘위즈덤 2.0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인사들이 방한할 예정이다.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유정은 ‘명상앱 마보’ 대표가 서울 행사를 주관한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행사에는 한국 기업들의 관심도 돋보였다. 한화생명, 루트임팩트 등에서 직원들을 파견해 행사를 지켜봤다.


‘위즈덤 2.0 코리아’ 행사 직후 그 바통이 일본으로 건너가 21~22일에는 ‘위즈덤 2.0 재팬’ 행사로 이어진다. 2015년에 차드 멩 탄의 주도로 싱가포르에서 ‘위즈덤 2.0 아시아’ 행사가 한 차례 열린 적이 있다.


유정은 대표는 “한국과 일본에서 잇따라 콘퍼런스가 열림으로써 ‘위즈덤 2.0 아시아’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됐다”며 “IT 기술과 우리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명상을 통해 모색해보는 ‘위즈덤 2.0’의 정신이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잘 구현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41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