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식도 역류 질환이라도 성별에 따라 발생 기전이 다를 수 있고 증상을 느끼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와 창원경상대병원 김진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위식도 역류질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내시경검사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식도 아래쪽 근육(식도 괄약근)이 약해지면서 위액·위산 등이 역류하는 병이다. 가슴 쓰림, 목 이물감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스트레스, 비만, 흡연과 음주, 과식·편식과 같은 잘못된 식습관이 주요 원인이다. 환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427만5198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10명 중 1명이 위식도 역류 질환을 앓는다는 의미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크게 식도에 궤양·염증이 발생하는 ‘역류성 식도염’과 증상은 있어도 식도는 깨끗한 ‘비미란성 역류 질환’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미란성 역류질환자가 약 8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미란성 역류 질환은 주로 여성에게 나타난다. 반면 역류성 식도염은 남성 환자가 여성에 비해 세 배 더 많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최근 학계가 주목하는 건 ‘밀착연접 관련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세포와 세포 사이의 틈을 막아주는데 위산이 역류할 때 식도 표면을 방어하는 역할도 맡는다. 밀착연접 관련 단백질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을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에 비해 식도 손상 위험이 크고 역류성 식도염 환자도 많다는 것이다. 김나영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 동물에게 에스트로겐을 주입하면 단백질이 증가하고 염증이 해소된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이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50대 역류성 식도염 환자(남성 23명, 여성 22명)와 비미란성 역류질환자(남녀 각 7명), 건강한 사람(남성 7명, 여성 9명)을 대상으로 내시경 데이터, 밀착연접 관련 단백질 발현량 등을 수집해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남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건강한 남성보다 밀착연접 관련 단백질 수치가 낮았고, 여성 환자는 단백질 수치가 건강한 여성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진주 교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역류성 식도염에 단백질 외 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증상 경험률도 조사했다. 그 결과 역류성 식도염 환자 중 가슴 쓰림, 기침, 흉통 등 주요 증상을 경험한 비율은 남성이 56.5%, 여성이 86.4%로 여성이 더 높았다. 비미란성 역류 질환의 경우 목 이물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남성은 28.6%이지만 여성은 100%나 됐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내장 조직에 통증을 느끼는 수용체가 더 많고 이를 감지하고 기억하는 뇌 신경세포도 발달해 남성보다 통증을 더 예민하고 크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성은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인한 수면·식이장애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성별 차이를 고려해 맞춤형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