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닥 과정에서 연구책임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석·박사 과정과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일단 석·박사 시절의 지도교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생을 한 명의 과학자로 양성해 내는 능력이다. 포닥의 경우는 과학자로서의 기본 훈련은 받은 상태이므로 추후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바탕이 될 수 있고, 독립 후에도 포닥 시의 연구책임자와 좋은 협력 관계로 남을 수 있는 연구실인지가 더 중요하다. 또한 학생을 과학자로 키워 내는 일과 포닥을 독립된 연구책임자급의 연구자로 성장시키는 일에 필요한 역량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컨트롤의 화신' 유형의 연구책임자는 연구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 연구의 기본기를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지만, 연구에 숙련된 포닥에게는 좋은 지도자가 아닐 것이다.


반면 6개월에 한 번도 얼굴을 보기 힘든 '신적 존재' 유형의  저명한 교수의 연구실은 처음 연구를 시작하는 학생에게 그리 좋은 곳이 아닐 수 있지만 능력과 야심이 있는 포닥에게는 최상의 여건일 수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젊은 교수나 학생 지도를 잘하는 교수 밑에서 학위를 받은 후, 영향력 있는 대가 밑에서 포닥을 하는 것을 정석적인 '테크트리(tech-tree)'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경우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는데, 예를 들어 석·박사과정에서 자유방임적인 지도교수를 만나 충분한 연구 지도를 받지 못한 채 졸업했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컨트롤의 화신' 스타일로 학생의 프로젝트를 꼼꼼하게 챙기는 연구책임자를 만나서 박사과정 시설에 제대로 받지 못한 트레이닝을 뒤늦게나마 포닥 시기에 받는 게 나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학위를 취득한 국가와 다른 국가에 가서 포닥을 하는 연구자라면, 많은 연구자가 소속되어 있고 내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대가의 연구실보다는 창설된 지 얼마 안 된 신진 연구자의 연구실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신적 존재'의 연구실에서는 내부 경쟁이 치열하고, 해외에서 갓 포닥으로 온 사람들은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전망이 있는 알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실적이 필요한 연구자라면 차라리 종신고용보장을 받지 못한 신진 연구자의 연구실 쪽이 연구실적을 빨리 얻는 데는 유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