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염·폐렴·독감 등은 초기 증세가 감기와 비슷해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고 버티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감기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리노바이러스 등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의 침입에 취약해져 발생한다. 코·목·기도·후두 부위에 잘 발생하며 흔히 콧물·재채기·기침·발열·목 아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개 1~2주 안에 자연적으로 낫지만 중이염·기관지염·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세균성 급성 후두염엔 항생제 써야
급성 기관지염은 초기에는 미열·인후통·콧물·재채기 같은 감기 증상이 있다가 3~4일이 지나면서 기침이 심해진다. 감기보다 정도가 심하거나 증상이 오래가면 의심해볼 수 있다. 대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지만 증세가 심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급성 감염성 후두염은 면역력이 약하고 어린이집·학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어린이는 물론 30대 여성 등도 잘 걸린다. 바이러스·세균 감염이 원인인데 심해지면 숨쉬기 힘들어지고 발열·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영유아는 기도가 성인보다 좁아 컹컹 울리는 기침,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세균성인 경우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기관지염·폐렴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세기관지염 영유아, 호흡곤란으로 입원할 수도
면역력이 약한 만 1세 이하 영아 등 10세 미만 어린이는 특히 세(細)기관지염에 걸리기 쉽다. 기관지 중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침투해 발생한다. 2~3일간 발열·기침·콧물·가래·목 아픔 증상을 보이다 분비물이 늘어 세기관지를 막으면 산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쉰다. 연간 진료인원이 137만명에 이르는데 5세 미만 영유아가 45%를 차지한다. 조산아, 선천적으로 폐·심장질환이 있거나 심한 알레르기 질환 가족력이 있는 영아 등이 고위험군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들이 감염돼 노인요양원 등에서 집단 발병하기도 한다. 저산소증·호흡곤란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천식·기관지 폐이형성증 등 폐 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심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독감과 달리 아직 백신이나 잘 듣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
폐렴, 초기엔 감기·독감과 헷갈리기 쉬워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A형·B형)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대개 고열·두통과 함께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면서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전염성이 강하고 영유아·노인·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걸리면 폐렴·뇌염·뇌수막염·패혈증 같은 중증 합병증을 유발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폐렴은 초기에는 기침·가래·발열 등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두통·근육통과 함께 갑자기 높은 열이 발생하고 호흡곤란·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패혈증·호흡부전·폐농양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며 암·심장질환·뇌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4위 질환이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37.8명이 폐렴으로 사망했다.
폐렴과 독감은 증상과 감염경로가 비슷하고 백신 접종으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독감백신은 생후 6~59개월 영유아, 만 65세 이상 노인에 이어 올해부터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에 다니는 생후 60개월~12세 어린이 325만명이 무료접종 대상에 추가됐다.
폐렴구균 백신은 13가지 균을 방어하는 13가 단백접합백신(유료), 23가지 균을 방어하는 23가 다당질백신(65세 이상 노인 무료)이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만성질환자의 65~84%가 폐렴을 예방할 수 있고 치사율·중환자실 입원율이 미접종자보다 40%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료접종 대상 노인의 23%만이 23가 백신을 맞는 실정이다. 대한감염학회는 23가 백신을 접종한 노인이라도 1년 뒤 13가 백신을 추가로 맞고 처음 맞는다면 13가 백신부터 접종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19~64세 성인 가운데 만성질환자는 23가 백신을, 면역저하자는 두 백신을 모두 접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