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지 않게 한다는 빨간 봉지의 약
몇 년 전 소위 얼리어답터들이 일본에 가면 꼭 사 오던 상품 중 ‘나캇타코타니’라 적힌 빨간 봉지의 약이 있었다. 어려운 일본 발음 대신 ‘칼로리 커팅제’로 불렸다. 식사 전 이를 몇 알 먹으면 아무리 많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너도나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이 제품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주성분이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자라는 열대 과일이다. 약리 작용을 내는 주성분은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로, 명칭은 ‘하이드록시 구연산 (hydroxycitric acid, 줄여서 HCA)’이다. 이것의 약리 작용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고 쓰는 방식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 몸은 연료를 넣고 이를 연소해야만 기능하는 자동차와 같다. 석유 대신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사용할 뿐이다. 따라서 이들을 필수 영양소로써 섭취해야만 한다. 세 가지 영양소 중 가장 높은 에너지 (열량)를 내는 것은 지방이지만 효율이 높은 것은 단연 탄수화물이다. 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기 때문이다. 대신 축적도 그만큼 신속하고 쉽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은 ① 포도당으로의 분해과정을 거쳐 당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② 남는 잉여의 포도당은 미래의 사용을 위해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이란 형태로 저장되며 ③ 잉여의 포도당은 더욱 먼 미래를 위한 전혀 다른 형태의 저장물로 우리 몸 구석구석에 저축(?)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중성지방이다.
빠른 공수 전환을 주요 전술로 삼는 축구팀이 있다. 성공 확률은 높겠지만 역습에 실패할 경우엔 곧바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섭취한 후 재빨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탄수화물이 갖는 리스크는 이를 다 소비하지 못할 경우에 발생한다. 오늘날 우리가 혐오해 마지않는 지방으로 축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HCA는 3번 과정 즉 소비가 덜 된 잉여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변하는 과정을 억제한다.
그렇다면 지방으로 바뀌지 못한 포도당은 어떻게 될까? 2번의 대사 과정으로 경로를 바꿀 수밖에 없다. 즉, 간에서 글리코겐으로의 합성을 시도하게 되며 이는 뇌에서 우리 몸에 에너지 레벨이 충분하니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로 읽히게 된다. 식욕 억제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 합성을 막고 식욕을 감소시키는 것이 HCA의 주요 효능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이론적으로는 무리가 없지만, 실제 임상 시험의 결과는 기대만큼 크지가 않다. 단순 건강기능 식품으로서 체중 관련 보조제로 이를 대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소화불량과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간·신장·심장 질환자는 주의해 복용해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자.
‘나캇타코토니’는 ‘없었던 일로’란 뜻의 일본어다. 이미 먹은 행위를 없던 일로 바꾸어준다는 의미다. 과식의 죄책감을 항상 염려하며 식사를 하는 현대인의 마음에 딱 와 닿는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