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여 동안 가짜 국제학회 ‘와셋’ (WASET)과 ‘오믹스’ (OMICS)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국내 연구자 수가 1,300명이 넘는 것으로 정부가 파악했다. 지난 7월부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가짜 학회 연속 보도 이후, 정부가 두 달 가까이 시행한 조사 결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12일 경기 과천정부청사에서 논란이 된 가짜 학술단체 참가 실태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4년제 대학 238곳과 4대 과학기술원 (KAIST, GIST, DGIST, UNIST),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26곳이다.


과기부·교육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와셋과 오믹스가 주관한 가짜 학술대회에 참가한 국내 연구자 수는 모두 1,31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180명이 2회 이상 와셋과 오믹스 학회에 참석했다. 3번 이상 참가한 학자도 46명에 이른다. 연구기관별로는 조사 대상 기관 268곳 중 108곳 (40%)이 가짜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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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셋 (W학회)·오믹스 (O학회) 참가 조사 순위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대학별로 보면 정부 집계 결과 상위권에 주요 국립대와 사립대가 포진해 있다. 뉴스타파 자체 분석 결과와 같이 서울대가 97회 (와셋 70회·오믹스 27회)로 1위에 올랐다. 연세대 (91회)와 경북대 (78회)가 그 뒤를 쫓았다. 이어 전북대 (65회), 부산대 (62회), 중앙대 (52회), 세종대 (51회), KAIST (46회), 국민대 (42회), 서울시립대 (39회)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의적, 반복적으로 가짜 학회에 참가한 행위는 국가연구개발 (R&D) 연구비 유용, 논문 중복 게재 등 연구 부정행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연말까지 후속 조사와 제재 조치를 실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대학과 연구기관별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와셋과 오믹스 학술대회 참가자들을 추가 조사하고 연구자 본인의 소명을 받기로 했다. 가짜 학술대회 출장 기록에 대해 ▲외유성 ▲상습성 ▲연구비 과다집행 ▲지도 학생 참가 권유·묵인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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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가짜 학술단체 추가 조사 계획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문제가 된 연구자에 대한 징계도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는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기관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심의하고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특히 “기관 주요 보직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징계처분 사유가 아니더라도 보직해임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R&D과제 연구비도 다시 정밀 정산한다. 이에 따라 연구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학자, 기관이 적발될 경우에는 연구비를 환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후속 조치가 미흡한 기관은 향후 정부 R&D과제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기관별로 가짜 학회 사태에 연루된 학자의 연구비를 환수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남대 한승훈 교수의 경우 지난 5년간 국외 공무출장 10번 가운데 대부분을 가짜 학회 발표를 명목으로 출장 가면서 국책 연구비만 5천만 원가량 지출했다. 


이 가운데 뉴스타파가 보도한 일부 출장 건에 대해서는 연구비가 환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학술진흥법 시행령 제20조는 학술지원 사업비를 의도적으로 부정하게 집행하는 등 유용 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소 2년 이하에서 최대 5년까지 학술지원 사업비를 받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연구비 정밀 정산을 통해 연구비 부정 지출 행위를 걸러내야 하는 이유다.


뉴스타파 보도로 가짜 학회 참가 문제가 공론화한 이후, 정부가 처음으로 대대적인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한계점도 분명해 보인다.


우선 조사 기간을 2014년 이후 ‘최근 5년’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 와셋 참가 횟수는 모두 1,137건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2007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12년간 와셋 홈페이지 기록을 조사한 결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용 논문·초록만 무려 4,227건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뉴스타파 자체 집계 결과에서는 상위 10위권에 들었던 기관의 실적이 정부가 집계한 순위에서는 누락된 사례도 발견된다. 성균관대 (자체 집계 2위, 투고 98건), 한양대 (7위, 56건), 고려대 (10위, 49건)는 정부 집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는 규정상 조사 대상 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현재 연구윤리규정지침상 과거 5년간 실적만 조사 대상이 됩니다. 기관 회계기록 역시 최근 5년만 남기도록 합니다. 그 이상 소급해서 조사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도 되고요. 연구 윤리로 심의해서 처벌, 제재할 수 있는 기간이 5년입니다”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장


후속 실태조사에서는 조사 기간을 늘리고, 기관이나 연구자가 출장기록을 소명하지 못하는 가짜 학회 발표논문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정부가 특별위원회 조사 및 후속 조치 시한으로 잡은 연말까지 3개월여 시간이 남았다. 이 기간 뉴스타파는 가짜 학술단체에 대한 추가 취재 보도와 함께 정부의 후속 조사·조치에 대한 검증도 이어갈 예정이다.



출처: 뉴스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