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가 나날이 치솟는 해외 대형 출판사의 학술정보자료 구독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사업 재정을 기존 50억원의 4배인 200억원으로 증액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이는 '구독권 계약 보이콧'까지 이른 학술 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DB) 업체들의 구독료 인상에 대한 후속조치다. 또 보이콧 이후 재협상에서도 계약이 결렬된 국내 DB 업체들에 대해서는 대학가 전체의 공동 대응을 재차 촉구했다.


대교협은 3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2018 정기총회에서 가장 구독료가 높은 해외 대형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 와일리(Wiley), 스프링어(Springer)에 대해 내년부터 업체마다 각각 50억원씩 총 150억원의 국가라이선스 재정지원 증액을 건의했다.


이 출판사들의 DB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연구자들에게 필수적인 DB들로 꼽힌다.


현재 한국학술정보원(KERIS)에서 50억원 규모의 ‘ACE 대학라이선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셀(CELL), 스코퍼스(SCOPUS) 등 지난해 기준 24개 전자정보 DB를 구독하고 있으며,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를 통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교협이 언급한 3개 해외 출판사에 대해서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엘스비어와 와일리의 구독료는 지난해 기준 약 567억원에 달한다. 대학의 전자자료 구입비 전체 36%를 차지한다. 이 둘을 포함, 상위 5종 업체의 전자자료 구독료 평균은 약 170억원이다.


대교협의 제안은 3개 업체 구독료 평균 가격의 30%인 50억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남은 70%를 대학이 지출토록 하는 방안이다. DB 3개를 사들이는 데 예산을 4배 증액해야 하는 만큼 인상률도 높고, 가격 부담도 큰 DB 구독권을 사들이는 데 대학의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취지다.


대학 도서관의 전자자료 구독료는 2008년 565억원에서 2016년 1563억원으로 176%나 인상됐고, 도서관 자료 구입비 총액의 64.6%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업체들은 국가 R&D 재정 확대, DB 질 향상 등을 이유로 들며 매년 구독료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학들은 앞서 대교협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꾸리고 업체들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 12월 협상이 최종 결렬돼 1월 한 달 간 엘스비어와 국내 DB사인 누리미디어(DBpia), 한국학술정보(주)(KISS)와의 계약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2일 엘스비어와의 계약은 조건부 체결, 국내 DB사들과의 계약은 결렬로 결정된 바 있다.


대교협은 이와 함께 세금으로 조성된 연구비가 투자된 국가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해서는 원문공개(OA)를 확대, 무료 전자정보 수를 늘려나가는 것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계약이 결렬된 국내 업체들에 대한 구독중지(보이콧), 불공정 계약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재차 밝혔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박금분 연세대 학술정보부원장은 “대학도서관들의 상황은 점차 어렵다. 총장님들께서 많이 도와 달라”며 대학들의 공동 대응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