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차세대 독감 백신으로 불리는 4가 백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최대 물량(약 400만 도즈)의 4가 독감 백신을 공급하며 3가에서 4가로 독감 백신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2015년 녹십자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4가 독감 백신인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개발했다. 4가 독감 백신은 A형 독감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바이러스를 모두 예방해주는 것으로 기존 3가 백신보다 예방 범위가 넓다.
 
현재 녹십자의 4가 독감 백신은 만 3세 이상의 모든 소아·청소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 녹십자는 현재 진행 중인 4가 독감 백신 영유아 임상 3상(생후 6개월 이상 만 3세 미만)을 내년 독감 유행 시즌 전까지 완료해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특히 녹십자는 3가·4가 독감 백신 모두 프리필드 시린지(사전충전형 주사기)부터 일인용·다인용 바이알(약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형의 품목 허가를 획득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녹십자가 독감 백신을 여러 제형으로 개발한 것은 내수와 수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함이다. 국내는 프리필드 시린지, 해외는 바이알로 차별화해 모든 제형의 고른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이런 맞춤형 전략은 세계 시장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녹십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3가 독감 백신에 이어 4가 독감 백신의 사전적격성평가(PQ) 승인까지 받았다. 사전적격성평가는 WHO가 백신의 품질 및 유효·안전성을 심사해 국제기구 조달 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사전적격성평가 승인은 녹십자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동시에 수출 선점의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녹십자가 글로벌 독감 백신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이미 국제기구 입찰을 통해 3가 독감 백신의 수출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독감 백신 시장에서 잇단 성과를 내놓고 있다. 녹십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 30여 개국에 독감 백신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에도 녹십자는 독감 백신을 수출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를 이끌어 냈다. 지난 3월 녹십자는 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2017년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3700만 달러 규모의 독감 백신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남반구 지역으로의 독감 백신 수출액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녹십자는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WHO로부터 3가 독감 백신의 PQ 승인을 확보한 이후 매년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실제로 녹십자는 2014년 이후 PAHO 입찰에서 독감 백신 부문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수주 금액을 포함해 녹십자의 독감 백신 누적 수출액은 2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녹십자가 독감 백신을 수출한 지 6년 여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녹십자는 사업적 확대를 위해 공급 균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독감 백신은 계절성 백신이기 때문에 백신 공급 시기와 균주가 다른 북반구와 남반구 시장의 공급 균형을 맞추는 게 관건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녹십자는 국제 기구를 통한 독감 백신 수출 증가에 힘입어 남반구와 북반구 시장 공급의 균형을 50 대 50으로 맞췄다. 이로써 연중 생산 체계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녹십자는 이제 또 다른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향후 선진 시장에 진출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독감 백신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다국적 제약사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독감 백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며 “4가 독감 백신 시장에서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