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의 인터뷰 ( 데일리팜 기사 ) 를 공유합니다

출처 : 데일리팜  http://m.dailypharm.com/newsView.html?ID=214960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소란들이 있었다 . 6 년 전 고 ( ) 최진실 , 최진영 씨의 자살사건이나 3 년 전 현직 의사가 여성에게 수면제를 넣은 술을 먹인 뒤 강간한 사건

 

'졸피뎀 ' 은 매번 이렇게 자살 , 강간 같은 자극적인 소재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 ' 악마의 속삭임 ' 이란 부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 최근 SBS TV ' 그것이 알고싶다 ' 를 통해 다뤄진 졸피뎀의 부작용은 그 어느 때보다 자극적이다 . 이 약을 먹으면 폭식 , 기억상실 , 자살시도는 물론 타인을 죽이는 살인까지도 저지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졸피뎀이 그 정도로 위험한 약일까

 

데일리팜이 만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견은 달랐다 . 수면제 오남용이 위험한 것은 맞지만 졸피뎀은 개중에 안전한 약이란다

 

졸피뎀을 언급하는 것조차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이소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 (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 졸피뎀은 다른 수면제들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이다 .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이들이 공포심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폐해를 막고 싶다 " 고 말했다 .

 

" 졸피뎀은 마약이 아니다 "

 

이소희 홍보이사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 졸피뎀이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위험하지만은 않다 " 는 사실이다 .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와 비교하면 오히려 안전한 편에 속한다 . 비교적 반감기가 짧아 , 다음 날 아침까지 약기운이 남아있다든지 졸린 증상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  

 

Z drug 으로 분류되는 수면유도제로서 , 장기간 복용했을 때 중독이나 내성을 일으키거나 중단 시 금단증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적다고 했다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하루 한 알 정도만 복용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약을 마약 취급하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 수면제 ,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에겐 꼭 필요하다 "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제 없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로 인한 불면증 같이 원인질환이 명확한 환자에게는 당연히 수면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 원인질환 해결로 불면증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 없이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강박관념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일부 환자에겐 수면제가 유용할 수 있다 . " 또 잠이 안 오면 어떡하지 ?" "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 자야 하는데 큰일이네 " 하는 식으로 ' ' 자체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경우다 . 이를 전문용어로는 ' 정신생리성 불면증 ' 이라고 한다 . 이들은 TV 앞에서 꾸벅꾸벅 졸다가도 막상 잠자리에 누우면 잠이 안온다 . 잠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불안증으로 이어져 불면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럴 때 수면유도제를 한 두번 처방해서 푹 자는 경험을 하게 하면 잠에 대한 공포증을 해소할 수 있다 . 과연 이들에게조차 졸피뎀이 위험해서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이소희 홍보이사는 " 언론을 통해 졸피뎀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신체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 " 극단적으로는 수면제 대신 술에 의존하게 되면 알코올 중독이나 근거 없는 대체요법에 빠지게 될 위험도 높다 " 고 경고했다

 

" 졸피뎀이 아닌 오남용이 문제다 "

 

이번 사태의 핵심사안은 다름아닌 오남용이다 . 전문의 처방대로 한 알만 복용하는 게 아니라 자의로 2~3 알을 한꺼번에 복용한다던지 , 의도적으로 다량 복용할 경우 방송에서 보도된 것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벌어질 수 있다 . 탈억제 (disinhibition) 현상이 일어나 이성을 제어하는 능력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술에 취한 사람처럼 전날 밤에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던지 , 무의식중에 돌아다니는 것 같은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 언론에서 보도됐던 내용과 차이가 있다면 , 본인의 의지와 완전히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이소희 홍보이사는 " 멀쩡한 사람도 술김에 평소 미워했던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 . 무의식 중에 감춰져 있던 충동이 탈억제로 인해 극대화 되는 것 " 이라면서 " 전혀 없었던 충동이 새로 생길리는 만무하다 " 고 강조했다 . 졸피뎀의 오남용이 특별한 것도 아닌데 , 타이레놀을 과다복용하면 간손상으로 사망하게 되지만 타이레놀을 위험하다고 얘기하진 않듯 졸피뎀의 위험성도 그 정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요즘에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았더라도 기간 내에 다시 처방을 넣으면 팝업창을 통해 알려주게끔 시스템화 돼있어 , ' 중복처방 ' 위험이 낮지만 다른 진료과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와 함께 복용하거나 술을 마실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과 Z drug 이 동일 수용체의 같은 부위에 작용하는 교차내성을 갖고 있어 효과가 배가되는 것이다 . 평소 주량대로 술을 마셨음에도 필름이 끊기거나 수면유도제를 한 알만 먹었는데 이상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이소희 홍보이사는 " 전문가들이야 자극적인 방송을 보더라도 걸러들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의사의 말 한마디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 면서 " 졸피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 " 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