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어떻게 쓸까 (하)


거대 언어 모델은 인지 노동도 자동화

당분간 오류 많은 정보 전달하지만

지식 생산 생태계에 큰 변화 불가피

기업도 생사를 건 ‘햄릿의 고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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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의 ESM 폴드가 예측한 단백질 구조의 하나

이미지 출처: 메타


ChatGPT는 OpenAI의 거대 언어 모델인 GPT-3의 여러 응용 방법 가운데 하나다.


GPT-3란 ‘생성형 사전학습 변환기 세 번째 판’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version-3)의 약어다. ‘생성형’ (Generative)이란 문자열, 그림, 음악, 음성 등을 생성한다는 의미이며, ‘사전 학습’ (Pre-trained)이란 미리 학습했다는 의미다. 변환기 (Transformer)는 인공지능 모델 중 하나다.


사전 학습되었다는 건 추가 학습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중고생 수준의 ChatGPT에 대학의 특정 전공을 추가 학습하게 할 수 있다. 또 특정 업무의 질의응답을 학습시킬 수도 있다. 콜센터 직원의 질의응답을 추가 학습하고,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으로 응답의 적절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업무 분야별로 전문 지식을 학습하게 하여 답변의 세련도를 높일 수 있다. 혹은 ChatGPT로 하여금 마케팅을 이용한 전화를 걸고 사람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질의응답과 대화는 설문조사에도 적용 가능해 연구조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판례와 법령을 학습하게 하여 기초적인 판단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고소장이나 변론서를 작성하게 할 수 있다. 국가별 판례와 법령을 학습시켜 저렴한 비용으로 국제 법률 서비스를 하는 것도 조만간 가능할 것이다. 다만 법률 서비스는 앞에서 언급한 유형 1에 해당하므로, 법무 거대 언어 모델을 순진하게 믿는다면 법원은 패소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 법률 사건이나 약식 사건의 경우에 흔히 사용되거나, 저렴한 기초 법률 서비스로 제한될 것이다. 그것과는 별도로 법무 거대 언어 모델은 법조계의 관행에 상당한 경각심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시민과 법무 거대 언어 모델의 연대가 법률전문가와 대등하게 논쟁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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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tGPT는 불과 2개월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이미지 출 처: Yahoo finance ( 링크 바로 가기 )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전문 분야에서 거대 언어 모델이 추가 학습하는 영역은 다양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이들 인공지능이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개발자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데, 다른 전문 분야는 더욱 그렇다. 다만 전문 분야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여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거대 언어 모델 기술이 발달하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활용 분야는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메타 (구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는 ESM 폴드는 ‘단백질 서열에서 높은 정확도로 원자 수준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약물 개발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으로 알려진 베이징 아카데미의 우다오 (Wudao) 2.0도 단백질 구조 예측에 활용될 수 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민과 카르복실기를 알파벳으로, 아미노산을 단어로, 아미노산의 연결을 문장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유전체 분석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가져올 수 있으며, 제약업계 전반에 전환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다시 인류의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을 급격하게 늘려, 깊은 불확실성을 인류 사회에 안길 수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의 일정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융복합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음성 인공지능과 언어 인공지능의 결합은 높은 정확도로 말을 글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문자열을 그림으로 전환하는 인공지능도 인공지능 간 결합이다. 의료용 인공지능과 거대 언어 모델의 결합은 의료 서비스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별 의료용 인공지능의 결합과 거대 언어지능의 결합은 저렴한 비용으로 실질적인 종합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 간 결합은 다양하게 창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거대 언어지능의 기억력 제한은 기억만을 담당하는 별도의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간 융합과 결합으로 극복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혹은 거대 언어지능이 하나는 좌뇌로 하나는 우뇌로 하여 하나가 작동하는 동안 다른 하나는 깊은 잠에 빠져 그간의 기억을 학습하게 할 수도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이 던지는 질문은?


ChatGPT를 포함한 거대 언어 모델은 인지 노동 자동화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노동환경과 이를 둘러싼 제도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교육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단순한 암기식 지식은 거대 언어 모델과 경쟁할 수 없다. 현재까지의 메리토크라시 (meritocracy)의 독재는 거대 언어 모델로 인해 허물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단순 지식의 전달을 위한 교육은 학생, 사회,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나, 앞으로는 더욱 뚜렷하게 될 것이다.


지식의 의미와 가치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현재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거대 언어 모델은 과거의 정보와 지식을 확률적 통계에 의해 정리한 오류 가능성이 높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유형 1 (입력량보다 생성량이 많음)에 의해 정리된 지식은 정보 과부하를 줄이는 장점이 있으나, 지식과 정보를 교조화할 위험이 있다. 일정 수준까지는 거대 언어 모델의 정리가 이득이 되나, 그 이후부터는 비판적 사고에 의해 지식과 정보를 바라보고 나눠보고 돌아보고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지식의 의미 변화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방향과 내용의 변화를 요구한다.


노엄 촘스키는 ChatGPT로 인해 인류가 배우는 것을 외면할 위험이 있다고 통찰했다. 거대 언어 모델은 지식의 필요와 가치, 의미와 탐색, 교육의 방향과 가치, 제도와 방식 등에 대해 질문하고 한국 사회와 인류가 적절한 답을 찾을 것을 요구한다.


거대 언어 모델 전략에 명운이 달려 있다


거대 언어 모델에 의한 유려한 번역은 지식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어학을 학습하는 의미와 유학의 중요성에 근본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필자는 ChatGPT에 대한 다른 글을 ChatGPT를 이용해 영어로 번역하고 권위 있는 저널에 투고했는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참고로 다른 거대 언어 모델도 통번역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의 경쟁은 거대 언어 모델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고 그중 통번역에 특화된 거대 언어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은 학계, 학술지, 학자에게 지식 생산과 지식인 간 네트워크 형성의 방식과 의미 등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기다린다.


거대 언어 모델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대 언어 모델의 특성상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될 것이다. 특정 비즈니스 영역에서 추가 학습을 하는 것도 클라우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상당한 비용이 해외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


네이버 등에서 거대 언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사용자의 부족, 정리된 텍스트의 모자람은 OpenAI와 같은 거대 언어 개발 전략을 따를 수 없도록 한다. 한국어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영어를 기준으로 해서 거대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고, 우리말과 영어의 번영 정확도를 높여서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확한 한국어 테스트 취합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데이터 분량으로 거대 언어지능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혹은 틈새 전략으로 특정 전문 분야의 거대 언어 모델 개발하거나 혹은 인공지능의 융합을 전략으로 택할 수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의 발달은 우리나라 기업에 ‘햄릿의 고뇌’를 질문으로 던지고 잰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사고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 인공지능은 그만큼 강력하다. 그럼에도 과도한 기대의 거품은 걷어내고 정보의 디지털 분진은 가라앉혀야 한다. 위에서 나열한 질문과 그보다 더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차분하고 넓고 긴 시야로 논의하고 찾기 위해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원탁에 앉을 때다.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FNS컨설팅 미래전략 연구소장)



출처: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10810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