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여한 mRNA·NGS 노벨상 받을까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 개발의 핵심적인 기술을 개발한 커털린 커리코 바이오앤테크 수석 부사장 (왼쪽)과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 펜실베니아대 의대 제공
세계 과학계는 물론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쏟아지는 올해 노벨상 시즌이 시작된다. 이달 4일 오후 6시 30분 (한국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오후 6시 45분에는 물리학상, 6일 오후 6시 45분 화학상, 7일 오후 8시 문학상, 8일 오후 6시 평화상, 11일 오후 6시 45분 경제학상 순으로 올해의 수상자들이 발표된다.
언제나 그렇듯 노벨상 발표를 앞두고 전 세계 과학계와 언론은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을 주인공 예측에 나서고 있다.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전문지 '인사이드 사이언스'는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이 예상되는 9개 팀을 1일 공개했다. 인사이드 사이언스는 매년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 분야 노벨상을 예측해 오고 있다. 2018년에는 생리의학상의 면역항암제 분야 수상을 맞췄고 2019년에는 물리학상의 외계행성 분야 수상을 예측하기도 했다.
mRNA 백신 연구자들 생리의학상 받나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는 메신저리보핵산 (mRNA) 백신 개발을 가능케 한 커털린 커리코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가 꼽힌다. 커리코 부사장은 mRNA를 세포에 넣어 면역계가 인식하게 하는 연구를 90년대부터 수행해 왔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와이스만 교수와 공동으로 2005년 국제 학술지 ‘면역’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관심을 받았다. 이후 이들이 개발한 기술은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재빨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주요 역할을 했다.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2월 로젠스틸상, 8월 호위츠상, 9월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 상’을 수상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노벨생리의학상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래스커상까지 수상했다. 다만 두 후보의 노벨상 수상은 유력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나 생리의학상을 받을지 아니면 화학상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메리클레어 킹 미국 워싱턴대 의대 유전체과학및의학유전학과 교수. 뉴욕게놈센터 제공
브라카 유전자 (BRCA) 변이와 유방암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한 메리클레어 킹 미국 워싱턴대 의대 유전체과학및의학유전학과 교수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킹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 이론이 주를 이루던 1970년대 암 연구에서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유방암이 발생한다는 이론을 처음 제시했다. 1990년 킹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인 BRAC1 유전자를 17번 염색체에서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킹 교수의 연구를 통해 많은 여성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
면역세포인 B세포와 T세포를 발견한 맥스 쿠퍼 미국 에모리대 의대 에모리백신센터 교수와 자크 밀러 호주 윌터앤앨리자홀의학연구소 명예교수도 후보에 올랐다. 밀러 교수는 1960년대 영국 런던대 근무 당시 생쥐 흉선에서 T세포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흉선이 발달하지 않은 쥐는 병원체에 쉽게 감염되고 피부 이식에도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쿠퍼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B세포와 T세포 두 가지로 구성된 면역 시스템을 제안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세포 면역학의 혁명으로 꼽힌다. 최근 주목받는 면역 관문 억제제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CAR-T)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 길을 열었다.
세 후보는 매년 노벨상 예측 경연 대회를 여는 미국 비영리명예학회 ‘시그마사이 (Sigma Xi)’에서도 노벨생리의학상 최종 후보 4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시그마사이는 커리코 부사장, 와이스먼 교수팀이 킹 교수와 결선에서 경합한 끝에 최종 후보자로 예측됐다고 1일 밝혔다.
인사이드 사이언스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감염병연구소 소장도 조심스럽게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인사이드 사이언스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그의 지도력을 인정받아 노벨상이 수여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비표준적인 후보지만 지난 1년 반이라는 시간도 비표준적이었다”고 언급했다.
노벨물리학상, 양자컴퓨터 기초 이론 닦은 연구자들 주목
알랭 아스페 프랑스 에콜폴리텍 교수와 존 클라우저 박사, 안톤 자일링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물리학과 교수 (왼쪽부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홍콩대 제공
5일 발표되는 노벨물리학상 분야에서는 최근 양자컴퓨터 등으로 주목받는 양자정보기술에 관련한 연구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인사이드 사이언스는 양자역학 분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랭 아스페 프랑스 에콜폴리텍 교수와 존 클라우저 박사, 안톤 자일링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물리학과 교수를 후보에 올렸다. 세 물리학자는 양자 입자가 서로 연결되거나 읽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초 실험을 통해 양자 얽힘을 입증했다.
다른 양자 분야 연구원으로는 양자 컴퓨터가 표준 암호를 어떻게 깨트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피터 쇼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MIT) 수학과 교수와 양자 기반 암호의 기초를 세운 질 브라사드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찰스 베넷 IBM 리서치 연구원 등이 꼽혔다.
빛의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데 성공한 르네 하우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하우 교수는 1999년 극저온에서 초저온 나트륨 원자와 레이저를 이용해 빛의 속도를 초당 17m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빛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걸 증명했다. 이후 빛을 아예 정지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빛을 멈추고 빛이 가지는 정보를 나트륨 원자에 저장함으로써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연 연구로 평가받는다.
메타물질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존 펜드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와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듀크대 교수도 후보에 올랐다. 메타물질은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인공적으로 설계해 다양한 특성을 보이는 물질이다. 펜드리 교수는 메타물질의 빛 굴절을 이용해 이른바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다고 처음 제안했다. 스미스 교수는 2000년 메타물질에 관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냈을 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게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노벨화학상, 생화학 분야 연구자들 후보로 다수 지목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교수 (오른쪽)와 데이비드 클레너먼 교수. 밀레니엄 기술상 제공
인사이드 사이언스는 올해 노벨화학상 후보들로 생화학 분야 연구자들을 다수 꼽았다. 염기서열 분석 기술과 생물 직교 화학, 활성산소 등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약한 화학 분야가 올해 수상이 예측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CRISPR)를 개발한 연구자들에게 노벨화학상이 돌아간 데 이어 올해는 어떤 이가 6일로 예정된 노벨화학상 발표에서 이름이 불리게 될지 관심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 교수와 데이비드 클레너먼 교수는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독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NGS) 기술을 개발해 후보로 선정됐다. 이 기술은 사람 한 명의 유전체 해독에만 15년이 걸리고 수십억 달러가 들던 것을 약 1000달러 만으로 1시간 만에 가능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도 이 기술을 통해 한 달 여 만에 분석됐고 이를 기반으로 백신도 조기 개발에 들어갔다.
생물 직교 화학이란 용어를 만든 캐롤린 버르토지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 교수도 후보로 올랐다. 생물 직교는 생리학적 환경에서 살아있는 유기체나 세포 분자를 손상시키지 않고 투입한 물질만 반응시켜 변형하는 기술이다. 약물 표적을 식별하거나 세포에 형광 물질을 붙이는 데 활용되며 다양한 연구에 쓰였다. 버르토지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세포를 덮은 당 분자가 단백질을 만들고 백혈구를 안내하며 세포신호를 돕는 것을 발견했다.
활성산소의 특성에 대해 밝힌 배리 할리웰 싱가포르국립대 총장실 상임고문도 후보로 꼽혔다. 50년 전만 해도 몸속 활성산소는 나쁘고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항산화제는 좋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할리웰 고문의 연구를 통해 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할리웰 고문은 활성산소가 어떤 손상을 일으키는지, 활성산소와 항산화제가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뇌 질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1월 31일까지 수상 분야별 전문가 3000여 명에게 그해 수상자 후보를 추천받는다. 이후 수차례 평가와 압축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들을 결정한다. 이후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상위원회 (생리의학상)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물리학상·화학상·경제학상), 스웨덴 아카데미 (문학상),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평화상)가 투표로 각 분야의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