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CRIC 논문 요약 및 비평 보기
그룹 대상 침 치료의 효과를 개인별로 침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AADDOPT-2 연구)
McKee MD, Nielsen A, Anderson B, Chuang E, Connolly M, Gao Q, Gil EN, Lechuga C, Kim M, Naqvi H, Kligler B. Individual vs. Group Delivery of Acupuncture Therapy for Chronic Musculoskeletal Pain in Urban Primary Care-a Randomized Trial. J Gen Intern Med. 2020;35(4):1227-37.
무작위 배정, 비교효과 연구 (2-arm, randomized, non-blinded, comparative effectiveness trial), 비열등성 설계
통증 간섭 (pain interference)를 호전시키는 데 있어 그룹 대상의 침 치료가 개인별 침 치료에 비해 열등하지 않음을 평가하기 위함
3개월 이상의, 골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또는 종양과 연관성이 없는 만성 목, 허리 통증
그룹 침 치료
개인별 침 치료

1차 평가 변수: BPI (Brief Pain Inventory)로 측정된 시작부터 12주 차 사이에 보인 30% 이상의 통증 간섭 지표 호전

2차 평가 변수: BPI 상의 통증 강도 (pain severity), PROMIS (Patient-Reported Outcomes Measurement Information System)-10, 마약성 진통제 사용

개인별 침 치료의 37.5%와 그룹 침 치료의 30.3%가 통증 간섭 지표에서 30% 이상의 호전을 보였다. 그룹 침 치료의 비열등성은 보이지 않았다. 신체적 기능에 대한, 반응자 분석 (respender analysis)에서는 개인별 침 치료의 63.1%와 그룹 침 치료의 59.5%가 12주 차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호전을 보였다.

일차 의료 (지역 의료센터) 환경에서 개인별 침 치료와 그룹 침 치료 모두 12주 차에 만성 통증을 감소시키고, 신체적인 기능을 향상시켰다. 그룹 침 치료의 비열등성은 관찰할 수 없었다.
학생 때 무의촌 의료봉사를 하러 가면, 학교 교실이나 마을회관 사랑방 같은 곳에서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침 시술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러한 경우, 환자를 단체로 모아놓고 침 치료를 하는 경우와 개인별로 치료를 하는 경우 사이에 어떠한 치료 효과의 차이가 있겠냐는 의문을 품은 적은 없었다. 아마도 새내기 때부터 선배들이 그러한 형태로 진료를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의료환경이나 연구를 시작한 동기는 다르지만, 본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은 여기에 의문을 가진 듯하다. 연구자들은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 소재한 6개의 지역 의료센터에서 회의실이나 다용도실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그룹 침 치료를 한 경우와 일반적인 개인별 침 치료를 한 경우를 비교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일반적인 무작위대조군 연구와는 다른 몇 가지 설계상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첫째, 플라시보 대조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군과 대조군 모두 통상적인 치료 방법을 공통 치료로 제공하고, 환자나 시술자의 맹검을 하지 않았으며, 둘째, 치료에 대한 효과 평가를 전화로 수집하였고, 평가를 최대한 간략히 하기 위해 용량이 작은, 몇 개의 평가 변수만을 선택하였다. 평가 변수로는 BPI (Brief Pain Inventory) 상의 통증 간섭 (pain interference)을 1차 평가 변수로, BPI 상의 통증 강도 (pain severity)와 환자 자기평가 결과 (PRO; patient-reported outcome)인 PROMIS-10 등을 2차 평가 변수로 사용하였다. 셋째, 그룹 침 치료가 개인별 침 치료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비열등성 (non-inferiority) 임상시험으로 설계하였다. 대개 이러한 비열등성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경우는 비용 효과성 (cost-effectiveness)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본 연구의 경우에도 저자들이 서문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치료에 드는 비용을 절약하고 환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그룹 침 치료를 고려하는 관점에서 가설 수립 및 연구설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 12주간의 그룹 침 치료와 개인별 침 치료 두 군 모두 통증, 신체적 기능의 호전을 관찰할 수 있었고, 부작용도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그룹 침 치료의 비열등성을 관찰할 수 없었으나 저자들은 이러한 결과는 상당히 많은 환자가 지역의료 센터 환경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정도의 호전을 보였으며, 부작용 역시 적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본 연구는 많은 피험자 (779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용적 임상연구로서 앞서 언급한 특징 및 장점이 있으나, 몇 가지 제한점도 지니고 있다. 첫째, 통상 치료만을 수행하는 3번째 군을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들이 호전된 것이 침 치료의 효과인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점. 둘째, 그룹 침 치료를 시행하기에 적절하지만은 않은 물리적 환경 때문에 그룹 침 치료군에서 비뚤림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저자들은 피험자들의 마약성 진통제 복용량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자의무기록 데이터 (EMR; electronic medical data)를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방법은 의료 시스템 밖에서 구한 약물을 분석에 포함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필요한 만큼 약물을 처방받아 사용했을 것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가설에 근거한다는 제한점 역시 가지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연구부 이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