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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경탕은 급성 상기도 감염으로 인한 인후통에 즉효약일까?
Ishimaru N, Kinami S, Shimokawa T, Kanzawa Y. Kikyo-to vs. Placebo on Sore Throat Associated with Acute 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Intern Med. 2019 Sep 1;58(17):2459-65. doi: 10.2169/internalmedicine.2748-19.
무작위배정, 두 그룹, 환자 및 평가자 눈가림, 위약 비교 임상시험
길경탕 1회 복용이 위약 대비 급성 상기도 감염으로 인한 인후통에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하여
급성 상기도 감염증으로 인한 인후통을 호소하는 20-65세 환자를 대상, 나이 45세 및 인후통 VAS 50을 기준으로 층화하여 시험군과 위약군에 1:1 배정함.
길경탕군 (n=35):
길경탕 제제 2.5g을 따뜻한 물에 타서 복용 후 10분 후에 증상 평가
위약군 (n=35):
위약 2.5g을 따뜻한 물에 타서 복용 후 10분 후에 증상 평가

일차평가변수: 복용 10분 후 평가한 인후통 Visual Analogue Scale (VAS, 0-100) 변화량

이차평가변수: 인후통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전혀/약간/중등증/중증의 4등급으로 평가

(1) 길경탕 복용군과 위약 복용군은 복약 10분 후 측정한 인후통 VAS와 복약 전 VAS 값의 변화량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남. 길경탕군은 복약 전 46.6±22.2에서 복약 후 32.2±25.0, 위약군은 복약 전 42.9±22.2에서 복약 후 25.9±22.5 였음. 

(2) 집단 (시험군/위약군), 나이, VAS로 다중회귀분석을 하였으나 VAS 변화량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없었음. 

(3) 복약 후 10분 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중등중/중증인 경우

길경탕군 22.9% VS 위약군 40.0% (95% CI=0.45 (0.14-1.40), p=0.20)

(4) 복약 후 10분 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호전이 나타난 비율

길경탕군 45.7% VS 위약군 37.1% (95% CI=1.42 (0.43-4.13), p=0.63)

길경탕 경구 복용은 급성 상기도 감염증으로 인한 인후통에 있어서 위약 대비 유의한 호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길경탕 진통 효과에 대한 보다 장기간 관찰 기간을 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급성 상기도 감염 (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 URTI)은 바이러스, 세균 등으로 인해 인두, 편도, 비인두 등의 상기도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총칭하며 일련의 염증 과정 중 인후통이 발생한다 [1]. 급성 상기도 감염의 많은 수는 바이러스로 인한 상기도 감염인 감기가 차지하고 있으나 종종 세균성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양방 가이드라인은 인후통 완화에 진통제 사용은 지지하고 있으며, 세균성을 제외하고는 항생제 사용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급성 상기도 감염의 대표적인 증상인 인후통에 대하여 임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길경탕 (길경, 감초로 구성) 1회 복용 후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 연구이다. 다빈도 질환인 급성 상기도 감염증으로 인한 인후통에 효과적인 약이 없는 상황에서 길경탕의 효과를 보고자 한 연구의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 설계가 견고하지 못하고 샘플 사이즈 계산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연구 결과는 길경탕의 위약 대비 유의한 유효성을 보이지 못한다. 연구 설계에서 보자면 길경탕과 위약 복용 후 10분 뒤 인후통의 완화 효과를 평가하였는데, 10분의 관찰 시간은 위약 플라시보 효과를 배제하기에 너무 짧다. 저자들도 두 집단 모두 따뜻한 물에 타서 복용하여, 위약에서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유사한 연구에서, 복용 후 증상 완화 관찰 시간을 24시간, 48시간 등으로 설정한 점을 고려하여 [2], 이후 연구에서는 관찰 시간을 늘리고, 1회 복용보다는 복용 회수도 늘려보기를 권고한다. 본 연구에서는 인후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병발 원인 구분 없이 모집하였는데, 여기서 세균성 감염으로 인한 인후통 환자가 포함될 경우, 위약을 2-3일 연속으로 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1회 복용 후 10분 뒤 증상 완화를 관찰한 후 실제 치료를 받게 하는 디자인으로 설계하였으나, 연구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효과가 있는 약조차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열이 심한 환자를 배제하거나, 세균성 감염 환자를 제외 기준으로 넣거나, 세균성 감염 환자를 넣을 경우 증상 중증도에 따라 양약과 병용하는 디자인 등 feasibility를 고려하여 여러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 샘플 사이즈도 산출 근거가 된 선행 연구와 본 연구 디자인이 다른 점 등을 고려하여 effect size 계산 시 더욱 보수적으로 책정했어야 함에도 그런 고민 없이 진행된 결과 본 연구의 유효성을 보이기에는 샘플 사이즈가 너무 작았다. 이런 점에서 길경탕이 위약 대비 유효성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며, 본 논문을 본보기 삼아 질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여 적절한 연구 디자인으로 다시 연구가 이루어지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김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