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CRIC 논문 요약 및 비평 보기
편두통에 침을 5번 놓는 것과 10번 놓는 것 사이에 효과 차이가 있을까? - 우리는 이 질문에 어떤 현명한 답을 낼 수 있을까?
Supasiri T, Jariengprasert C, Phithaksilp M, Sangtongpanichakul P, Anotayanonth S, Buranatawonsom T, Pongpirul K. A 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 comparing different numbers of acupuncture sessions for migraine. Acupunct Med. 2022 Jun;40(3):215-23. doi: 10.1177/09645284211056017.
multicenter, open-label, randomized, controlled non-inferiority trial
편두통 환자의 통증 시간, 통증 중증도, 삶의 질에 대해 5회의 침 치료와 10회의 침 치료를 비교 평가하는 것 (5회의 침 치료가 10회의 침 치료에 비해 비열등한지를 알아보기 위함.)
18-65세의 편두통 환자로 1년 동안 한 달에 최소 2회 이상의 편두통 발작 (migraine attacks)이 있는 사람이 포함되었음 (총 159명 모집).
최근 3개월 이내에 침을 맞은 경험이 있거나, 임신부, 침 치료에 부적절한 의학적 상태의 사람, 침 치료 부위의 피부 감염이 있는 사람,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제외됨.
10회 침 치료군: 표준화된 경혈에 대해 주 2회 치료 - 백회 (GV20), 태양 (EX-HN5), 풍지 (GB20), 합곡 (LI4), 현종 (GB39), 태충 (LR3)
5회 침 치료군: 표준화된 경혈에 대해 주 2회 치료 - 백회 (GV20), 태양 (EX-HN5), 풍지 (GB20), 합곡 (LI4), 현종 (GB39), 태충 (LR3)

1차 평가지표: 편두통 일수 감소 - baseline (치료 시작 전 4주)에 비해 치료 종료 후 4주에 얼마나 편두통 일수가 줄었는지 확인

2차 평가지표: 두통 강도 (0-10 NRS), 삶의 질 (EQ-5D-5L), responders의 비율 (responders: 두통이 있었던 날이 50% 감소한 사람), 침 치료 이상 반응

10회, 5회 침 치료군 모두 치료 후의 평균 두통 감소 일수는 6.4일이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군 간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음. 두 군 간의 평균 차이는 -0.1일이었음 (미리 설정한 비열등 noninferiority limit인 -1에 포함). 두 군의 평균 통증 강도 감소는 10회 치료 4.5, 5회 치료 3.8이었으며, 군 간 차이는 없었음. 삶의 질은 두 군 모두 치료 전에 비해 향상되었음.

10회, 5회 치료군 모두 치료 전에 비해 편두통 통증에 대한 이점이 명백하게 관찰되었음. 비록 치료 횟수 간의 비열등성을 입증하기는 어려웠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군 간 차이는 없었으며, 치료 효과는 최소 1개월까지는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남.
침을 5번 놓는 것과, 10번 놓는 것에 따라 효과 차이가 있을까? 임상의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있냐고 답할 것 같다. 아마도 임상의는 질병의 종류와 중증도나 병력, 환자의 특성이나 상황, 침 치료의 빈도를 포함한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하며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워할 수 있을 것 같다. 침 연구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꽤 자주 노출될 뿐 아니라 이에 대해 적절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침 치료의 유효성이나 기전을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너무 적은 침 치료 횟수는 실제 이끌어낼 수 있는 침 치료 효과를 보여주지 못할 수 있고, 너무 많은 침 치료 횟수는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연구의 실행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적절한 침 치료에 대한 정의는 그동안의 침 연구에서 분명 주연은 아니었다. 오히려 침 연구들은 적절한 침 치료를 수행하였다는 것을 이미 가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없었다. 즉, 연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전 연구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각각의 침 연구에서 충분히 구현되었다고 전제하고 수행되어 왔다. 침 임상연구의 치료 중재 보고 가이드라인인 Standards for Reporting Interventions in Clinical Trials of Acupuncture (STRICTA) [1]가 발표된 이후 침 치료에 대한 보고의 질이 높아졌지만 [2], 이것만으로 침 치료 자체가 적절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 연구는 ‘적절한 침 치료’의 요소로 손꼽힐 수 있는 침 치료 횟수를 주제로 하여 주 2회의 5회 치료가 10회 치료에 비해 편두통에 대해 비열등한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결론적으로 군 간 차이는 없었다. 다만 두 군 모두 (치료 전에 비해) 편두통 예방, 두통의 중증도 감소 및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는 명백한 이점이 있고, 이러한 효과가 최소 1개월까지는 지속됨을 보고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주 2회라는 치료 빈도는 동일했기 때문에 5회 치료군은 2.5주의 치료 기간을, 10회 치료군은 5주의 치료 기간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편두통의 1차 변수로 활용되는 두통 발작 일수 (the number of headache days)는 특정 기간 동안 면밀히 관찰되어야 하므로 서로 다른 치료 기간에 대한 평가 시점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자들은 큰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이 연구에서 baseline의 값은 치료 시작 전 4주 동안의 평가 결과를, 치료 후의 값은 치료 종료 후 4주 동안의 평가 결과를 활용하였다. 다만 2.5주 만에 치료가 끝나버리는 5회 침 치료군은 추가로 10회 침 치료군의 평가 기간 (치료 후 4주까지)와 동일한 기간의 평가 결과 (즉, 5회 침 치료 종료 후 6.5주까지)를 제시하였다 (Table 2,3). 이런 상황은 동일한 시점을 기준으로 두 군의 결과를 해석하기 모호하게 만든다. 좀 더 직관적인 결과지표인 responders (두통이 있었던 날의 감소가 50% 이상인 사람)의 비율을 기술한 Table 3을 통해 살펴보면, 일단 5회 치료군의 치료 직후 (치료 개시 후 2.5주)의 결과지표는 5회 치료군에서만 얻을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결과는 10회 치료군과 달라질 이유가 없으므로 10회 치료군에서는 수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회 치료군의 치료 직후 결과지표 (6-9주 동안의 두통을 기록한 결과, 74%)는 무엇과 비교해야 적절할까? 첫 번째, 5회 치료군의 치료 직후 결과 (2.5-6.5주 동안의 두통을 기록한 결과, 75%)와 비교되어야 할까? 두 번째, 5회 치료군의 치료가 종료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시점 (6-9주 동안의 두통을 기록한 결과, 83%)과 비교되어야 할까? 그리고 두 비교 값 각각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 번째와 비교되어야 한다면 이는 치료 직후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고, 이때에는 치료 기간의 차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이 경우, 임상적으로 관심 있는 또 다른 결과지표, 두통의 재발이나 치료 효과의 장기간 유지와 같은 결과는 확인할 길이 없다. 어쩌면 이 연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이러한 지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오히려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어, 치료 횟수가 많을 필요가 없네’ 하고 이 문제 자체를 덮어버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와 비교되어야 한다면, 치료 직후의 효과 (10회 치료군)와 치료 종료 6.5주 이후의 치료 효과 지속 (5회 치료군)이라는 서로 다른 임상적 의미를 비교하는 부적절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5회 침 치료 이후 효과가 치료 종료 후 6.5주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이긴 하다.
그동안 편두통의 침 치료에 대한 명료한 근거를 위해 여러 임상연구들이 수행되어 왔고, 대부분의 연구 목적은 다양한 대조군 (비경혈에 대해 얕게 놓은 침, 무처치, 일반 치료 등)과 비교하여 침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침이 sham 대조군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1989년의 논문을 비롯하여 [3] 8주, 12회의 침과 sham 대조군 (비경혈, superficial needling)이 모두 waiting list control보다는 효과적이었지만 침과 sham 대조군 간의 차이는 없었다고 보고한 논문 (2005, JAMA) [4], 6주, 10회의 침, sham 대조군 (비경혈, superficial needling), 표준 치료 (예방 약물) 사이의 그룹간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한 연구 (2006, Lancet Neurol) [5]도 있었다. 한편, 최근에는 20회의 침 치료에서 침은 sham 대조군에 비해 효과적이었고 (2020, BMJ) [6], 특히 장기간 효과에 대해 유의한 차이가 있었음을 보고한 연구 (2017, JAMA Intern Med) [7]가 보고된 바 있다. 2016년에 발표된 코크란 리뷰 [8]는 2009년에 발표한 버전에서 업데이트하면서 침 치료의 질을 설정하기 위해 적어도 주 1회, 최소 6회의 치료 횟수를 계획으로 정의하여 해당 연구들을 분석하였다. subgroup 분석에서 침 치료 횟수를 6-12, 16회 이상 시행한 연구로 구분하였고, 일관되게 sham 대조군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의 크기가 16회 이상의 침 치료를 받은 연구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근거들은 임상에서 편두통에 대해 침의 특이적인 효과를 관찰하고 싶다면 16회 이상은 놓아야 한다고 환자에게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연구는 달랐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최초 5회의 침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유효하다고 언급하였고, 특히 추가 5회의 침 치료의 이득은 최초 5회에 비해 확연히 감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적은 횟수의 침 치료를 제안하였다. 물론 한 편의 연구가 임상에서의 오래된 질문, ‘적절한 침 치료에 대한 정의’에 대한 답을 내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의 결과를 기반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환자에게 5회의 치료로 충분하다고 치료 계획을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5회나 10회나 효과 차이는 없으니 5회 정도의 침 치료만 일단 받아보자고 제안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5회든 10회든 이 연구에서 보여준 치료 전후 차이의 변화 값은 임상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의 변화인가? 서로 다른 연구 환경이긴 하지만, 거의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집중 치료를 받았던 두 편의 최근 연구와 비교할 때 이 연구에서의 주 1회의 침 치료 효과는 매우 놀라운 수준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침 치료 횟수뿐만 아니라 침 치료 빈도 또한 무대 위에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존 연구보다 더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를 끌어낸 (혹은 이전의 연구에서 침 치료 효과가 저평가되었나?) 이름 모를 또 다른 요인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이 연구 (발표)의 최대 공헌은 그동안 ‘적절한 침 치료’를 정의하는 데 무심하여 조연 취급당했던 침 치료의 요소 중 하나를 무대로 끌어올린 데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조금 더 제대로 된 ‘임상적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연구로 자리매김하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침 치료 횟수는 STRICTA의 점검표 중 처치 내용 (treatment regimen)의 세부 항목 (3a, 치료 횟수; 3b, 치료 빈도와 기간)에 포함된다. 임상가의 기준에서는 침 치료에 대한 논거 (acupuncture rationale)나 자침에 대한 상세한 내용 (details of needling, 자침 개수, 사용 경혈, 자침 깊이, 유발 반응, 자극의 형태, 유침 시간, 침의 형태를 포함)에 관심이 있을 수 있지만, 치료 횟수나 치료 빈도, 치료 기간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료/비의료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나 연구 책임자는 좀 더 주의 깊게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 최근 BMJ에서는 높은 질의 침 연구 설계를 위해서 침 치료의 세부 사항에 대한 최적의 전략을 정의하기 위한 전문가 위원회 구성을 고려 사항으로 언급하였다 [9]. 하지만 전문가도 근거가 있어야 가능하다. ‘적절한 침 치료’의 요소가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을 환영한다. 많은 연구자와 임상가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최대의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치료 전략이 이런 연구 질문들을 기반으로 쌓여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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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해부경혈학교실 김송이